재미로 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1922년 12월 23일 스탈린은 크루프스카야가 레닌이 트로츠키 등과 정세를 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도왔단 사실을 알고 격노하여 크루프스카야에게 이것이 레닌의 건강을 돌볼 수 있게 한 정치국의 명령을 어긴 것이라고 따졌다. 크루프스카야는 레닌의 건강에 무엇이 가장 좋은지 자신만이 안다고 맞받아쳤으나 스탈린이 보인 난폭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크루프스카야는 정치국 의장 카메네프에게 편지를 썼다.
레프 보리싀치.
의사 허락 하에 블라디미르 일리치가 구술하고 제가 받아 적은 짧은 편지에 관련하여 스탈린은 어제 저에게 너무나도 무례한 언동을 했습니다. 제가 하루 이틀 당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지난 30년 동안 저는 그 어떤 동지에게서도 무례한 말을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고 당과 일리치의 관심사는 스탈린 못지 않게 제게도 소중합니다. 저는 지금 극도의 자제심이 필요합니다. 일리치와 무슨 말을 해도 되고 무슨 말을 해서는 안되는지를 제가 어떤 의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이 그를 흥분시키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여하튼 스탈린보다는 제가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블라디미르 일리츼보다 가까운 동지인 당신과 그리고리(지노비예프)에게 호소하건대, 제발 저를 난폭한 사생활 침해, 비열한 욕설과 협박으로부터 보호해주십시오. 스탈린이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통제위원회의 만장일치의 결정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이 어리석은 싸움에 낭비할 힘도 시간도 없습니다. 저 또한 인간이며 제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습니다.
크루프스카야.
1922년 12월 23일.
스탈린과 크루프스카야는 레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일을 없던 것으로 하기로 합의를 보았으나 몇주 뒤 크루프스카야가 이 일을 레닌에게 엉겁결에 언급하고 말았다. 격노한 레닌은 즉각 스탈린에게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스탈린 사후 스탈린이 보관하고 있던 세 편지 중 하나로 발견되었다.(나머지 두 편지는 부하린과 티토가 보낸 것이었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탈린 동지에게>
존경하는 스탈린 동지.
당신은 내 아내에게 전화하여 욕설을 하는 무례를 범했소. 비록 아내가 그 일을 잊자는 당신의 말에 동의했을지라도, 이 사실은 그녀에 의해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에게 알려졌소. 나는 내게 적대적인 행위를 그렇게 쉽게 잊을 생각이 없는데, 아내에게 적대적인 행위는 내게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소. 그러므로 동지에게 청하건대, 동지가 했던 말을 취소하고 사과하든가, 아니면 우리 사이를 끝내는 것을 선택한든가를 저울질해보기 바라오.
경의를 표하며, 레닌.
1923년 3월 5일
우리 사이를 끝내는 것을 선택하라는 대목을 흐루쇼프가 20차 당대회에서 낭독했을 때 온 대의원들이 충격으로 술렁거렸다고 한다. 스탈린도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울부짖었다.
"저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합니다. 어떻게든 이걸 그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는 레닌의 동생 마리아 울랴노바를 붙잡고 하소연했고 "이것은 레닌이 말하는 게 아니라 그의 병이 말하는 거야!"라고 정신승리를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사과하기로 했다.
"만일 제 아내가 올바로 행동하지 않아 당신이 혼내주어야 했다면, 저는 끼여들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요구한다면, 기꺼이 나데즈다 콘스탄티노바에게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스탈린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또 말을 첨부했다.
"그러나 만일 제가 위에서 언급한 말을 '철회'해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철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문제가 뭔지, 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제게 특히 요구하는게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레닌은 흥분하여 3월 10일에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참고문헌
-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 니키나 흐루쇼프, 박상철 옮김, 책세상.
-스탈린, 로버트 서비스, 교양인.
- 역개루 공룡박사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