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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 나약한 왕 이었을까?!




1689년(숙종 15년) 4월 25일, 박태보 등 86인이 상소를 올려 왕후 민씨의 폐비를 간곡히 반대했다. 상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왕후께서 국모가 되시어 일국에 군림하여 온지 9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외에 잘못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았고 신민들은 왕후의 덕을 우러러봤습니다.


2. 헌데 전하께서 내리신 비망기의 내용은 너무도 엄했습니다. 왕후를 폐하라니 이 무슨 망극할 일이란 말입니까?


3. 궁위의 일은 외인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설령 내전께 조그만 잘못이 있다고 해도 비망기에 이른 바 꿈 얘기를 꺼내어 장씨를 경계하게 한 일은 언어의 실수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큰 허물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내전을 폐하려 하시옵니까?


4. 속담에도 '어리석지 않고 귀먹지 않으면 가장이 될 수 없다.고 하였으니, 미더운 말입니다. 진실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흔단이 서로 알력하는 사이에서 생기고 혐의가 서로 핍박하는 사이에서 일어나 사랑하고 미워하는 말들이 그 사이에 난무하게 됨은 물론 침윤이 점점 익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철저히 살피지 않는다면 그 화의 유급을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5. 전하께서 종묘 사직에 위해가 올 것이라고 염려하신다지만 신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원자께서 이미 시호를 받으시어 합당한 적자가 되셨으니 중궁의 아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중궁을 내쫓는 것이 원자에게 편안한 일이 되겠습니까? 원자께서도 이러한 일에 어찌 기뻐하시겠습니까?


6. 전하께서는 한 몸의 사심을 따라 돌아보지 않고 마음대로 행하시지만, 인심과 하늘의 뜻은 억지로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에 이르기를, 사람이 누군들 허물이 없겠는가? 고치는 것이 귀한 것이다. 하였습니다. 진실로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깊이 대의의 소재를 생각하시어 여러 사람이 함께 하고 있는 마음을 굽어 살피셔서 위노를 거두소서.


이 상소는 내용이 과격한 면은 있으나 당시 전 신료들의 폐비 반대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숙종은 이 상소를 읽고 격분했다. 


숙종은 이미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승지를 호출하여 상소를 읽게 했다. 승지 이서우가 상소를 살펴보니 종이에 찢어진 데가 있었다. 이것은 숙종이 상소를 읽고 분노하여 손으로 쳤기 때문이었다. 이서우가 상소를 읽자, 임금이 내용을 묻자, 이서우가 대답했다.


"상소의 내용을 보니 진실로 과당(지나치다)하기는 했습니다만, 대의는 정신들이 간쟁한 것과 같았기 때문에 감히 들인 것입니다."


그러자 숙종은 상소 가운데 '진실로 그렇지 않다면' 이라고 쓴 부분 아래를 읽으라고 명을 내렸다. 그 뒤, 숙종은 명했다.


"상소의 내용이 매우 흉참스러운데도 승지는 '과당하다' 고만 했으니 무례하다. 근일 대소신료들이 어머니로 섬긴다는 의를 택하여 여러날 반대하는 것도 불가하거니와 오두인 등이 이렇듯 참담한 상소를 올렸으니 이들을 친히 국문하겠다."


이어, 숙종은 더욱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망기의 내용은 전혀 살펴 유념하지 않고서, 기필코 부인을 위하여 절의를 세우기 위해 도리어 내가 참언을 들어주어 무죄한 사람을 폐출하려 한다고 하니, 과연 이럴 수가 있는가? 차라리 나를 폐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서우가 말렸다. 


"연명한 사람이 80여명인데 고금에 어찌 80여명을 일시에 모두 국문한 일이 있었겠습니까?"


"진실로 죄가 있다면 1백 명을 국문한들 불가할 것이 무어 있곘는가?"


"지금은 밤중인데 죄수를 국문하러 친히 나서시면 옥체에 손상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는 역옥과 다른데 친히 국문할 필요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숙종은 단호히 말했다.


"이는 모반대역보다 심하니 친히 국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잡담하지 마라. 당장 국문을 시행하라!"


임금이 당장 국문하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승지들은 황급히 국문할 채비를 차렸고 대신들을 모조리 소환케 했다. 임금은 여러번 대신들을 불러모으도록 독촉했다. 승지가 "이들은 실로 무례하나 어찌 이리 급하게 서둘러야 하겠습니까?" 라고 말리자 임금은 더욱 노하여 말했다.


"승지가 이들을 무례하다고만 하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저(왕비)에게 폐출할 만한 죄가 없다면 내가 무고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그뒤 숙종은 대신들을 닥달하여 빨리 국청을 준비하도록 명했고, 대신들의 만류에 "저(중전)에게 폐출할 이유가 없다면 나는 무고한 것이 되니 나는 폐출되어야 마땅하다는 말인가!" 라며 당장 국문을 시행할 것을 독촉했다. 결국 국청은 시작되었고, 왕은 상소를 집필한 박태보를 잡아들여 친히 국문했다. 왕은 박태보의 집필 이유를 묻고, 겨드랑이에 장을 끼우게 했다. 분위기가 매우 험악함에도 박태보는 당당하게 아뢨다.


"비망기의 내용을 신이 이미 보았습니다만, 어떻게 감히 지어낸 말이라고 의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는 언어의 실수에 불과한 것으로, 망령된 의견에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여긴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서로 핍박하고 서로 알력한다는 것은, 여항이라 할지라도 한 아내와 한 첩을 둔 사람이면 역시 이런 걱정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도 이미 후궁을 두셨으니 궁위의 사이도 그렇지 않다고 기필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감히 말한 것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숙종이 입을 열었다.


"이러한 독물은 곧바로 머리를 베어야 된다. 원사를 받지 말고 엄형을 가하여 문초하라."


대신들이 바로 형신을 가하는 것을 말렸으나 숙종은 막무가내였다. 심한 형신이 가해지면서 신하들로 하여금 박태보를 꾸짖게 했다. 허나 박태보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전하께서 군부를 배반하고 부인을 위하여 절의를 세우려 한다는 것으로 책하셨습니다. 신이 비록 못났지만 대의는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전하를 배반하였다면 중전을 위하여 절의를 세운다 한들 어떻게 절의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네가 더욱 독기를 부리는구나, 네가 독기를 부려. 매우 쳐라! 매우!"


"전하께서는 번번이 위를 무함하는 것이라고 하교하시는데, 무슨 말을 가리켜 위를 무함했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나 임금은 막무가내로 계속 장을 치도록 명했다. 이때 임금이 더없이 진노하여 엄한 유지가 잇따라 내려 기필코 죽이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러나 박태보는 한 마디도 실수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태연하였다. 왕은 더욱 분노했다.


"전정에서 형신을 받고 있으면서도 끝내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 참으로 독물이다.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빨리 장을 치라."


하고, 또 말하기를,


"너희들이 오늘 이 거조가 전부 참언을 따른 데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


그러자 박태보가 항변했다.


"투기할 적에는 으레 혐의하고 핍박하는 일이 있기 일쑤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궁위사이에 혹 잡언이 있는데도 전하께서 그것을 모르는 것인가 하여 감히 말씀드린 것입니다."


"네가 기필코 음흉한 부인을 위해서 절의를 세우고 죽으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궁중의 일을 소신이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단지 오늘날의 거조가 비상한 것임을 보고 신하로서 애통 절박한 마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이에 감히 서로 의논하여 상소를 올려 진달한 것입니다."


"장으로 입을 쳐라!"


"전하께서 선후를 무욕한 조사기에 대해서는 시종 비호만 하시더니, 유독 신만은 기필코 죽이려고 하시니, 신은 실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왕은 이에 크게 분노했다.




"어째서 그 입을 치지 않는가! 당장 쳐라!"


그리고 다시한번 큰소리로 꾸짖었다.


"네가 끝내 자복하지 않겠는가? 끝내 자복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전하께서 신에게 자복하라고 하시는 것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군상을 무함한 죄가 있다!"


"신이 전하의 신하로서 감히 전하를 무함할 수 있겠습니까?"


"원자는 일국의 근본인데 중궁이 원자를 자신에게 불리한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이는 죄인이다. 헌데 네가 죄인을 위해서 절의를 세우려 하면서 원자를 위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으니 이것이 대역무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이후 왕은 박태보는 일단 멈추게 하고 오두인에게 형신을 가하면서 심문했다. 허나 오두인이 사주한 사람을 대지 않자 왕은 진노했다. 


"너는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느냐?"


"실로 상소를 올리자고 주장한 사람은 모릅니다."


"하늘이 말해주더냐? 땅이 고해주더냐? 어째서 말하지 않느냐?"

이에 오두인이 윤심이 말을 꺼내긴 했다고 하자, 왕은 윤심을 잡아들이라고 명했다. 이때 닭이 울자 대신들이 옥체를 보전하라고 했으나 숙종은 막무가내였다.


"옥체는 손상할 것 없다. 죄인을 구하고자 한다면 나가라."


이후 왕은 이세화에게 무지막지한 형신을 가하면서 그러한 상소를 쓴 것에 찬동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이세화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으나 숙종은 계속해서 장형을 가했다. 그리고는 다시 박태보에게 형신을 가했다.


이때 임금의 노여움이 갈수록 극심하여져서 엄형을 가하라느니 맹장을 가하라느니 하는 명령이 여러번 나왔고, 판의금 민암을 독책하여 왕래하면서 감형하게 하는 것을 마치 종을 부리듯이 하였다. 그러나 박태보는 끝까지 침착한 자세를 지켰다.


"네가 갈수록 더욱 독기를 부리는데 끝내 나를 숙이려는가?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압슬을 가하겠다."


"신이 상소에서 이미 숨김없이 바로 진달했습니다."


"내가 어찌 상소를 올린 일에 대해 묻는 것이겠는가? 상소의 내용이 매우 흉역스럽기 때문에 그것을 묻는 것이다."


박태보는 항변했다.


"비록 상소의 뜻이 잘못되었다 해도 어떻게 위를 무함했다고 할 수 있곘습니까?"


"내가 참언을 따랐다고 한 것이 위를 무함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너같은 흉적은 반드시 자복을 받아 정형하여야만 나라를 다스릴 수가 있다."


그러나 박태보가 끝내 승복하지 않자, 왕은 다른 죄수들을 조사케 한 뒤, 다시 박태보에게 형신을 가했다.  이에 박태보가 항변했다.


"신을 광망하다 하여 죽인다면 죽이겠습니다. 그러나 위를 무함했다고 하면 이는 실로 억울합니다!"


이에 임금이 말했다.


상소의 말이 모두 위를 무함하는 말인데 어찌하여 광망이라고 하는가?


하고, 또 말하기를,


네가 감히 거짓을 꾸미려 하는가?


하고, 또 말하기를,


어찌하여 압슬하지 않는가?


하고, 또 말하기를,


끝내 지만하지 않겠는가?


하고, 또 말하기를,


기필코 숨기려고 하는가?


박태보는 서서히 대답하기를,


신이 이미 상소를 올려 진달했는데 어떻게 감히 숨기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분명히 신을 서인이라 여겨서 이런 엄한 하교를 내리시는 것 같습니다만, 신은 성품이 편협하여 세상과 합치되는 점이 적은 탓으로 조정에 벼슬한 지 오래지만 원만하게 종사하지 못하였던 것을 성명께서도 반드시 아실 것입니다.


왕은 박태보에게 압슬형을 행하고 낙형을 실행케 했다. 허나 박태보가 굽히지 않자 왕은 박태보의 옷을 벗기고 두루 지질 것을 명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박태보를 승복시키려고 했으나 박태보는 끝까지 승복을 거부했다.


"전하께선 어찌하여 망국적인 행위를 하십니까!"


이에 왕은 대신들에게 명을 내렸다.


"오늘 이후로 중궁의 일을 함부로 아뢰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허나 박태보와 오두진은 오늘 국문을 받았으니 목을 벨 수 없으니, 유배를 보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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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은 어린날에 이미 송시열을 날려버리는 기염을

보여준적이 있는 만큼 보통 성격이 아닙니다.


장희빈 치맛폭에 싸여 나약한 군주로 묘사되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성깔 하나 대단했던 왕 입니다.


장희빈 좋다고 중전 만들어 버리더니

갑자기 중전이 보고싶은데? 중전 뭐하고 지내나?

하더니 갑자기 장희빈에게 중궁전을 비우라고 하고


하여튼 ... 화가 나서 소리를 치기 시작하면

옥음이 궁문 밖까지 들렸다고 하니...


어찌 보면 영조가 아버지 숙종의 성격을

참 많이 닮아보이기도 합니다.


영조는 신하들에게 찡찡되면서 놀려먹고

골렸다면 영조의 아버지였던 숙종은..

정적을 제거할때 피도 눈물도 없이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일이 꼭 정당했다는것 처럼

완벽하게 꾸며서 처리하곤 했죠.


참으로 무섭고 잔인했던 왕이 숙종 이었습니다.